우리가 잘 아는 데카르트. 그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근대철학의 문을 연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위대한 철학자였지만 의외의 버릇이 있었으니 바로 늦잠을 자는 것이었다. 얼마나 늦잠을 자는지 그가 청소년기에 다니던 엄격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아예 늦잠을 자도록 허락해 주었다고 한다. 그 학교가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고 한다. 과연 데카르트는 늦잠꾸러기였을까?
데카르트가 잠꾸러기 된 사연
보통 프랑스 철학은 관념론이라 하고 영국의 철학은 경험론이라고 한다.
관념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관념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고 경험론은 눈에 보이고 만져지고 경험되는 것만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다.
얼핏 경험론이 당연하게 보이지만 그렇게 되면 신의 존재나 영혼의 존재나 마음의 존재 모두가 부정되고 만다. 그래서 지금도 관념론과 경험론, 둘 중 어느 것이 맞느냐는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여하튼 데카르트는 프랑스 관념론을 연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몸이 허약했는데 어려서부터 철학에 천재성을 발휘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재능을 알아본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데카르트만 유일하게 늦잠을 자도록 허락해준 것이었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수도사 계열의 학교라 늦잠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그만이 기숙사에서 늦잠을 자도록 허락해 줬으니 그가 얼마나 뛰어났는 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는 그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지성의 지각변동이라 할만한 사건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세 유럽인들은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이후에 데카르트로부터 나는 존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코기토 에르고 숨)는 말을 들어야 했다. 두 이야기 모두 당시의 유럽인들에게는 지성을 뒤 흔드는 엄청난 이야기였을 것이다.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천동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왜 데카르트의 말도 엄청난 충격이었을까?
존재의 이유
당시는 잘 아는 대로 종교의 시대였다. 즉 모든 것은 신의 창조물이라 여기던 시대였다. 이에 반하는 이론은 불경한 말이고 자칫 종교재판에 넘겨질 위험한 것이었다.
데카르트도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신은 존재한다는 신 존재 증명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인해 탈 종교의 시대를 앞당기는 장본인이 되었다 무스 이야기일까?
이전까지는 신이 인간을 창조하였고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관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말대로라면 신으로 인해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신이 없어도 나는 존재할 수 있으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 때문이 아니라 나의 사고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였을까?
이후 유럽에서는 다윈의 진화론과 칼 막스의 공산주의 그리고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철학적 외침이 이어지면 완전히 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 포문을 연 사람이 바로 늦잠꾸러기 데카르트였던 것이다.
물론 데카르트는 그것을 원한 건 아니었다. 말했듯 그는 신실한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기의 말이 불러 올 후폭풍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책의 뒤편에 신 존재 증명에 대해서도 열심히 적어 놓은 것이리라.
늦잠보다 천재성을 보라
근대철학을 연 데카르트라는 철학자도 늦잠꾸러기였다. 누구나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주변의 누군가가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도 그의 다른 점을 보고 참을 일이다. 사실 그보다 내가 더 못난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요즘 졸업반인 아들이 늦잠을 잔다. 알바를 하니 피곤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생산적인 활동을 너무 안 하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그러나 걱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데카르트도 늦잠꾸러기였는데 우리 아이라고 늦잠을 자면 안 되겠는가? 걱정보다는 격려가 백번 나을 것이다.
누가 아는가 데카르트처럼 엄청난 일을 벌일지, 부모인 나도 모르는 엄청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을지. 더 중요한 문제는 아들이 데카르트가 아니라는 것보다 내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교장의 눈을 갖지 못한 것일 것이다. 늦잠보다 천재성을 볼 줄 알아야 한다.